# 1
10월 24일
하늘이 높은 가을입니다.
7년 전 오늘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?
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솔직히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것 같아요.
설렘과 긴장도 있었지만 모든 게 순식간에 지나간 일들이라 당장 눈앞에 쇼케이스와 스케줄,
바쁜 하루였다는 게 흐릿하게 남아있어요.
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볼까요. 데뷔 조에 제 이름이 불리던 그때로 좀 더요.
지하 연습실에서 나란히 서서 데뷔 조에 확정된 제 이름이 불렸을 때
기쁨도 잠시, 두려움이 앞섰던 것 같기도 해요.
나는 여기서 무얼 할 수 있을까? 나의 자리는 어디인가? 내가 왜?
하지만 회사는 저를 믿어주었고 그때는 그게 믿음인지 몰랐어요.
이 기억부터는 조금 솔직한 얘기를 해볼까요.
오디션 프로그램에도 나가고 데뷔를 준비하고 뮤직비디오를 찍는 과정에서
저는 그저 그냥 멤버 1이구나 생각이 들 만큼 저 스스로의 믿음이 온전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.
자존감은 바닥이었고 하루하루가 버티기 힘들었던 때도 있었죠.
그렇게 7년 전 오늘 세상에 에이티즈라는 이름으로 데뷔를 하게 되고
저를 사랑해 주는 팬분들이 생기고, 나 자신도 믿지 못하는 나를 믿어주는 멤버들과
언제나 1호 팬을 자처하는 우리 부모님, 이젠 곁에 없지만 어디선가 에이티즈의 성장을 응원해
주시는 스쳐 간 수많은 인연들, 그리고 곁에서 항상 힘써주고 계시는 많은 직원분들,
그 모든 이들에게 저는 자랑이고 싶었습니다.
그래서 끝낼 수 없었어요. 어떻게든 나를 최고로 생각해 주는 사람들에게 자랑이고 싶다는 생각이
저를 점점 바꾸게 된 계기였던 것 같아요.
하루하루 정말이지 치열하게 살았던 것 같아요.
그때로 돌아간다면 난 견딜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.
저뿐만 아니라 우리 멤버들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. 힘든 걸 알아달라는 뜻이 아니에요.
이렇게 감사한 분들의 마음 하나하나가 그걸 버텨낼 수 있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어요.
일본 가는 길에 우영이가 그러더군요.
우리 재계약 안 했으면 이번 일본 스케줄이 마지막이었겠다고..
지금의 저는 멤버들이 없는 게 상상이 안 가거든요. 너무나 가족이고 8명인 게 너무나 당연해서.
그래서 상상을 해보았어요. 각자의 길로 걸어가는 에이티즈를.. 너무나도 소중하고 응원하겠지만
공허한 마음이 가장 클 것만 같았어요. 매일 웃고 울고 장난치고 꿈을 향해 함께 걸어가는 우리가 너무나 소중하게 여겨지는 질문이었던 것 같아요.
다시 현재, 조금 예전으로 돌아가 볼까요.
처음 재계약 얘기가 나왔을 때로요.
두렵기도 했어요.
나의 미래 그리고 나의 비전, 혹은 그 모든 조건들 속에서 고민을 하던 찰나 깨닫게 된 건
사실 그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는걸요.
멤버들.
김홍중, 정윤호, 강여상, 최산, 송민기, 정우영, 최종호
그저 이 친구들과 함께 있는 게 제 모든 이유이자 결정의 이유였어요.
또한 저조차도 모르는 제 가능성을 알아봐 주시고 많은 도전과 기회를 준 지금의 회사도
그리고 뒤늦게 소식을 접하게 될 우리 에이티니도.
영원한 건 없다고 하지만 저는 그 영원을 더 늘려보고자 했어요.
남들이 웃더라도 손짓하더라도 그렇게 믿어보고 싶었거든요.
완벽하진 않을 거예요. 분명 실수도 있을 거고 그러면 안 되겠지만
언젠가 또다시 힘든 날들이 있을 거고
많이 서툴기도 서투를 거예요. 하지만 7년 전 굳게 다짐한 마음의 기억에 한 가지 실이 선명하다면 최선을 다하는 마음과 온 맘 다해 사랑할 것이라는 거예요.